'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 정릉동 주택가에 위치한 소요재는 그 이름처럼 동선을 따라 소요(逍遙)하며 각 요소와 공간의 변화를 음미할 수 있는 다목적 건축물이다. 한적한 서울의 옛 동네인 이곳 경사지 주택들은 대개 높은 석축과 담장으로 둘러싸여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한산한 골목 분위기를 형성한다. 소요재를 디자인한 요앞 건축은 인근 주택과의 경계를 허물고자 높다란 담장을 제거하고, 도로 면에서 물러선 지점에 내부로 진입이 용이한 갤러리를 계획했다.
요앞은 계단과 개구부, 벽체, 난간, 재료 등 각 요소를 해체한 뒤, 다시 하나로 조립하는 디자인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기능적이고 간결한 조형 어휘를 사용했다.
단순한 큐브형의 건물은 내부와 관계한 각 층의 숨은 외부 공간들로 가득하다. 도로에서 지하 스튜디오로 진입하는 구간에는 안쪽으로 선큰 중정 공간이 자리하고, 이 중정 공간은 1층 스튜디오의 후면 테라스와 원형 계단을 통해 연계된다. 또한 1층 스튜디오의 앞마당에서 단독주택인 2층으로 연결되는 현관이 상호 교차하며, 주택의 3층에는 남측 면으로 거실과 연계된 테라스가 마련됐다. 내부의 원형 계단은 또다시 미로처럼 옥상의 테라스 공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소요재는 풍부한 재료가 사용되었다. 도로에 접한 건물 면은 코너 곡면의 벽이 돋보이게끔 벽돌 타일을 세로 붙임으로 작업하고, 1층 스튜디오는 패턴이 상이한 벽돌 타일을 가로로 적용해 차별화했다. 건물의 상부에는 세로결의 패턴 콘크리트를 적용해, 원거리에서 보면 거친 콘크리트 면이 평활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
화이트 톤의 무채색 건물은 계단과 중정, 각 층의 테라스, 원형 계단 등 이동 시 마주하는 동선마다 다채로운 색을 가미했다. 특히 1층의 테라스와 이 공간 전체를 감싸는 화이트 곡면의 타공판은 남향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여, 묵직해질 수 있는 건물의 무드를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낸다.
소요재는 단순한 외피의 선물 상자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 숨겨진 위트 있는 공간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머금은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다.
(주)요앞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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